pureGOLD-PEEpin



그는 언제부터 황금이었는지 아무도 모른다.

머리카락도 황금.
눈썹도 황금.
속눈썹도 황금.
구렛나루와 면도한 수염도 황금.
몸에 난 털도 전부 황금.

피부만큼은 이상하게 사람 피부다.
가까이 보면 군데군데 미세한 펄이 들어가 있어 빛을 받을 때만 살짝 반짝인다.

본인은 이 모든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한다.

누가 물어보면 대답은 항상 같다.

“99.99%입니다.”

무엇이 99.99%인지는 설명하지 않는다.


그는 자신이 상당히 비싼 인간이라고 믿는다.

그래서 가끔 돈을 빌리러 다닌다.

4천만 원 정도.

무이자.
무담보.

그는 그것이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.

오히려 이상한 건 돈을 빌려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.


어느 날 그는 동네 금은방에 들어갔다.

자신의 몸값이 궁금했던 것이다.

거울 앞에서 셀카도 한 장 찍었다.

금은방 주인은 그의 몸을 한참 살펴본 뒤 감정서를 작성했다.

38,000 원.

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.

다만 표정이 조금 굳었다.

그리고 감정서 아래쪽에 작게 적힌 문구를 발견했다.

순금 아님.

그날 이후 그는 금은방에 잘 가지 않는다.

대신 여전히 자신이 꽤 비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.


그는 비싼 것을 좋아한다.

정확히는 비싸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.

할인도 좋아한다.

공짜는 더 좋아한다.

자신의 외모를 상당히 자랑스러워하며
사진을 찍을 때마다 가장 잘생긴 각도를 찾는다.

하지만 이상하게도
진짜 명품에는 별 관심이 없다.

싸구려 휴대폰 케이스를 쓰면서
자기 몸값은 수천만 원이라고 생각한다.


그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감이다.

가장 큰 단점도 자신감이다.

그리고 본인은 그 둘의 차이를 모른다.


GOLD PEEpin

비주얼은 초월적.
정신세계는 속물적.

온몸이 금인데
품격은 금이 아니다.

몸값은 금인데 품격은 없음.

그리고 그는 아직도
자신이 상당히 고급스러운 인간이라고 생각한다.